....를 바라만 보진 않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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면도기 청소를 하며 <自作>

몽헤알 2022. 9. 14. 06:40

 

면도기 청소를 하며
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이상국

 

그저 지나다 보니

면도기 청소를 한 지

일년도 지난 듯 하다

 

매일 아침

웃자란 수염을 깍으면서

회사를 옮겼고,

아내는 아팠고,

아이는 유치원에 가게 되었다.

 

그보다

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던가.

 

마음은

하루도 쉴새 없이 자라고

또 잦아든다.

 

변함없이 살자고

나를 위해서, 나를 바라보는

누추하지만 늘 내일이었던 삶을 위해서

매일 아침

몸밖으로 나온 지난 마음의 가지를 잘라낸다.

 

그저 지나다보니 1년도 지나

면도기 청소를 하면서

내 몸을 빠져 나온 것들만큼

깊어지는 입가의 주름을 만져본다.

 

- 04년 4월